― 타이포그래피와 폰트, 한글의 시각적 확장을 꿈꾸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글자를 보고 살아간다. 스마트폰 화면의 알림창부터 거대한 건물 외벽의 간판, 그리고 우리가 지금 읽고 있는 이 신문 기사까지, 글자는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도시와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하고 우리의 감성을 자극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들면서, 문자는 단순한 의미 전달을 넘어 ‘보는 언어’로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한글과 인공지능〉이 주목하는 ‘꽃문’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꽃문’은 ‘문자가 꽃처럼 피어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글은 그 자체로 뛰어난 조형성을 지닌 문자다. 자음과 모음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구조는 그 어떤 글자보다 아름다운 리듬감을 선사한다. 그런데 인공지능 기술은 이 한글의 아름다움을 무한대로 확장하는 새로운 도구가 되고 있다.

폰트, 더 이상 디자이너만의 영역이 아니다

과거에는 하나의 폰트를 만드는 데 막대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숙련된 디자이너가 자음, 모음, 그리고 수많은 조합형 글자를 일일이 손으로 그려야 했다. 하지만 이제 생성형 AI는 단 몇 개의 글자 표본만으로 수만 가지의 폰트를 순식간에 만들어낸다. 심지어 사용자의 필체를 학습하여 개인 맞춤형 폰트를 제작하는 기술까지 상용화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작업 시간을 단축하는 차원을 넘어, 폰트 디자인의 민주화를 가져올 것이다.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폰트를 만들 수 있게 된다. 폰트는 이제 소수의 전문가가 생산하는 제품이 아니라, 다수가 즐기고 실험하는 ‘놀이’의 영역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의 그림 글씨체를 학습시켜 동화책 폰트를 만들거나, 할아버지의 손글씨로 가족만의 편지 폰트를 만드는 것도 가능해진다.

한글 타이포그래피, AI를 만나 새로운 차원으로

AI는 폰트 제작을 넘어 타이포그래피(활자 배열 및 디자인)의 영역에서도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AI는 주어진 글자의 내용과 분위기를 분석하여 가장 적합한 폰트와 배치를 제안한다. ‘슬픔’을 담은 시에는 붓글씨체를, ‘환희’를 담은 광고 문구에는 볼드하고 경쾌한 서체를 자동으로 추천하는 식이다. 심지어 배경 이미지와 조화를 이루는 글자 배치까지 AI가 생성해낼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한글 타이포그래피의 가능성을 무한대로 넓힌다. 다양한 서체를 조합하고, 글자의 간격과 크기를 조절하며, 입체적인 텍스트 효과를 손쉽게 구현할 수 있다. 한글이 가진 조형적 아름다움이 AI의 정교한 계산과 만나면서, 우리는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꽃문’ 섹션은 이러한 기술적 변화를 통해 한글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조명하고자 한다. 우리는 단순히 기술의 발전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이 한글 디자인에 어떤 철학적, 문화적 의미를 부여하는지 탐구할 것이다. AI가 생성한 ‘완벽한’ 폰트 속에서 인간의 ‘손맛’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기계가 추천하는 타이포그래피 속에서 디자이너의 창의성은 어떻게 발현될 수 있을까?

〈한글과 인공지능〉은 한글이 종이를 넘어 디지털 공간에서, 평면을 넘어 입체적인 세계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꽃’의 모습을 독자들과 함께 찾아나갈 것이다. 이는 한글의 시각적 아름다움을 보존하는 것을 넘어, 미래 언어 생태계 속에서 한글의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김들풀 기자 han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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